‘삼시세끼’ 만재도 숙원사업 해결해준 ‘어촌뉴딜300’

삼시세끼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남 신안군 만재도. 천혜의 자연과 어장을 간직한 보물 같은 섬인 이 곳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목포에서도 6시간 뱃길을 달려야 한다. 뱃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섬. 그나마도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어 바다 한가운데에서 작은 배를 갈아타고 나서야 만재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랬던 만재도가 육지와 가까워졌다. 지난 4월 여객선 접안시설이 준공하면서 목포와 만재도를 잇는 직항노선이 생긴 것이다. 목포항을 출항한 배가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태도, 가거도 등을 거쳐야 도착할 수 있었던 만재도는 이제 목포에서 2시간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게 되면서 바다 한가운데서 작은 배를 갈아타던 모습도 사라지게 됐다.  

▲만재도 선착장에 접안시설이 준공됐다. 선착장에 접안한 여객선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다. 이는 ‘어촌뉴딜300‘의 결과다.(사진=해양수산부)

‘어촌뉴딜300’이 국토 서남단 작은 섬 만재도에서 첫 결실을 맺었다. ‘어촌뉴딜300’이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가고 싶고, 살고 싶은, 활력 넘치는 ‘혁신어촌’ 구현을 목표로 300개 어촌과 어항의 필수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어촌뉴딜300’은 어촌주민 삶의 질 제고, 해양관광 및 어촌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8년 6월 해양수산부가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촌은 대부분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 의료, 복지를 제공하는 생활기반 시설도 부족해 고령화와 인구 이탈이 계속돼 왔다.

어촌 주민의 생활공간이자 경제활동 핵심시설인 어항과 포구는 그동안 지자체의 예산 부족 등으로 낙후돼 주민 불편과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주여건의 악화는 어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어가인구는 2009년 18만 3000명에서 2020년 9만 8000명으로 10년 사이 절반 이상 줄었고 어촌고령화 정도는 2010년 23.1%에서 2020년에는 36.2%에 이르고 있다. 어촌의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보다 두세배 더 높다.

▲‘어촌뉴딜300‘ 사업 전 만재도 주민들이 입도를 위해 작은배로 갈아타고 있는 모습. 고령의 주민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작은 배로 생필품을 옮기고 이동하는 현장은 안전사고라도 날까 늘 조마조마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최근 해양레저·관광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해양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어촌에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과 낙후된 관광 인프라 등은 어촌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어촌·어항의 열악한 환경에도 해양관광·레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촌체험휴양마을 방문객수는 2015년 287만명에서 2020년에는 1282만명으로 5년 사이 4.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양관광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 유망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어촌·어항의 통합적 재생과 개발은 중요한 과제다.

이처럼 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낙후된 어항과 포구의 안전 문제 등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발한 ‘어촌뉴딜300’.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발전전략인 한국판 뉴딜보다 앞서 뉴딜의 개념을 접목했던 것이 바로 ‘어촌뉴딜300’이다.

추진계획 발표 이후, 해수부는 2019년 70곳, 2020년 120곳, 2021년 60곳 등 총 250곳을 사업 대상지로 확정했다. 내년에 50곳을 추가해 2024년까지 총 300곳의 어촌·어항에서 어촌뉴딜을 완성할 방침이다. 약 3조원(국비 2조 1000억원, 지방비 9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어촌·어항 1곳당 평균 100억원, 최대 1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어촌뉴딜300’ 홍보 이미지.(출처 해양수산부 블로그)

‘어촌뉴딜300’은 ▲어촌 접근성 제고를 위한 해상교통시설 현대화 ▲어촌의 핵심자원을 활용한 해양관광 활성화 ▲어촌지역의 혁신역량 강화 등 3대 추진방안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객선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고 주민 혹은 어촌을 찾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승·하선 할 수 있는 접안시설 (선착장·물양장 등)이 확충된다. 또 이용자가 많고 사고가 빈번한 항포구에 안전난간, 구조사다리, 실시간 사고감지 및 구조신고를 위한 지능형 CCTV 등 안전시설도 설치·보강한다. 여객선의 이용객 증가에 대응해 최소한의 편의시설(대합실·매표소·화장실 등)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어촌이 보유한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매력적인 해양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하고 어촌·어항 통합개발을 통해 어촌지역의 새로운 활력 제고에도 나선다. 어촌이 보유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안선을 따라 권역별 해양관광 거점 조성 및 지역별 확산과 함께 세계적인 관광 브랜드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해양레저문화 확산을 위한 해양레저 교육·체험시설을 조성하고 레저선박 보관·계류시설과 어촌마리나역 등 관련 육·해상 인프라도 구축한다. 지역의 현황진단과 지역주민·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역별 특화사업모델 발굴도 진행 중에 있다.

개별 어촌·어항 당 사업기간은 약 3년 정도로 지난 2019년 첫 삽을 뜬 첫 어촌뉴딜 사업들이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4월 만재도의 결실을 시작으로 올해 70곳, 314개 시설들이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준공된 접안시설을 이용, 안전하게 생필품을 옮기고 있는 만재도 주민들.(사진=해양수산부)

전국에서 총 11개의 여객선 접안시설이 개선되고 대합실, 여객복합시설 등 여객편의시설 19개가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될 예정이다. 또 총 44개의 어선 접안시설이 개선되고 공동작업장 등 기능 편의시설 11개, 어구·어망창고 등 환경개선시설 25개도 개선·신설된다. 방파제, 안전난간 등 39개의 안전시설, 마을회관 등 주민 편익시설 35개, 레저관광시설 130개가 설치될 전망이다.

만재도의 사례만 보더라도 ‘어촌뉴딜300’은 어촌 주민들에게는 무엇보다 오래된 간절한 바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접안시설 구축과 이에 따른 직항편 신설은 만재도 섬 주민들에게는 300년된 숙원사업이었다. ‘어촌뉴딜300’을 통해 만재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1700년대 이후 300년 만에 여객선이 처음으로 접안할 수 있게 됐다.

경사가 급해 배가 접안할 때 선박하부가 손상되고 안전상의 문제가 있었던 경남 통영시 가오치항의 선착장도 ‘어촌뉴딜300’으로 개선된다. 노후화된 대합실도 다목적 웰컴센터로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충남 서산시 중왕항은 폭이 좁고 높이가 낮아 만조 때 물에 잠기던 선착장을 개선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접안시설이 연장되면 썰물 때 불가능했던 조업 시간이 4시간 가까이 늘어나 어업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의 사업 내용이 비단 주민들에게만 살고 싶은 어촌을 만드는 데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찾아 가고 싶은 어촌마을로의 변화에도 ‘어촌뉴딜300’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어촌뉴딜300’을 통해 경기 화성시 백미항에 들어서게 될 여객복합공간 조감도.

경북 포항 신창2리항은 ‘어촌뉴딜300’에 선정된 이후 타지역에서 온 젊은 사무장을 채용했다. 또 해양생태놀이터도 조성하고 돌미역 가공센터도 신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어촌마을의 활성화와 함께 관광객에게 돌미역을 판매, 부가적인 소득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백미항은 2013년에는 연간 13만명의 어촌체험객이 방문했으나 편의시설이 없다보니 재방문률이 저조한 상황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어촌뉴딜300’으로 놀이·휴게공간, 수변산책로, 마을민박(B&B하우스) 등 여객복합공간을 조성해 다시 가고 싶은 어촌으로 탈바꿈하기를 꿈꾼다.

‘어촌뉴딜300’은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재생사업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상교통 이용이 편해지고 어업활동이 활발해지며 주민들의 안전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특화사업을 통해 주민소득이 늘어나고 어촌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적했던 어촌마을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 ‘어촌뉴딜300’으로 우리 어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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